그녀, 요나 / 김혜순 어쩌면 좋아요 고래 뱃속에서 아기를 낳고야 말았어요 나는 아직 태어나지도 못했는데 사랑을 하고야 말았어요 어쩌면 좋아요 당신은 나를 아직 다 그리지도 못했는데 그림 속의 내가 두 눈을 달지도 못했는데 그림 속의 여자가 울부짖어요 저 멀고 깊은 바다 속에서 아직 태어나지도 못한 그 여자가 울어요 그 여자의 아기도 덩달아 울어요 두 눈을 뜨고 당신을 보지도 못했는데 눈물이 먼저 나요 (나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게 분명하지요? 그러니 자꾸만 자꾸만 당신이 보고 싶지요) 오늘 밤 그 여자가 한번도 제 몸으로 햇빛을 반사해본 적 없는 그 여자가 덤불같은 스케치를 뒤집어쓰고 젖은 머리칼 흔드나 봐요 이파리 하나 없는 숲이 덩달아 울고 어디선가 보고 싶다 보고 싶다 함박눈이 메아리쳐와요 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