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산운(蓮華山韻) / 김상우 연화산운(蓮華山韻) 사는 일 곤고하여 고향길 밟는 날은 무슨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니언만 점점 더 주눅이 들어 쳐다보지 못한 선영 달 뜨면 외로움이 함지박 슬픔으로 유년의 괘종소리 쓸어 담다 지쳤는지 적막이 가슴을 돌아 골안개로 덮습니다 돌아와 생각하니 나는 한 척 돛뱁니다 천파만파 일렁이는 세파에 뜬 돛뱁니다 십육 층 베란다 위로 기침소리 울립니다 물결, 가녀린 떨림 - 자작時調 2021.08.14
어떤 고독 / 김상우 어떤 고독 어디 나를 열어봐 큰소리 뻥뻥 치더니 죽은 듯 닫혀있다 손잡이로 여는 순간 와르르 무너질 듯한 아슬아슬 저 여자 물결, 가녀린 떨림 - 자작時調 2021.03.01
안부 / 김상우 안부 밤새 내린 초록비에 연초록 잎들 잘 씻겼다 아침 햇살 번지자 잎 속까지 투명하다 해맑은 그대 소식도 반짝인다 함초롬히 물결, 가녀린 떨림 - 자작時調 2021.03.01
석양 / 김상우 석양 바다횟집 창 너머 하루일 마친 태양 키 작은 솔 가지에 걸터앉아 쉬고 있다 그 모습 본 한 사람이 외쳤다 '솔광이다!' 물결, 가녀린 떨림 - 자작時調 2021.02.28
가로등 / 김상우 가로등 눈보라 비켜 치는 어둠을 쓸어내며 밀고 온 먼 길처럼 굽은 등 벗어 두고 떠나신 우리 아버지 마음 환히 걸렸다 물결, 가녀린 떨림 - 자작時調 2021.02.18
신호등 / 김상우 신호등 눈 오는 겨울밤은 누구나 울게 한다 풀풀풀 대기 중인 횡단보도 저 눈발들 어디로 보낼 것인가 저벅저벅 그리움을 물결, 가녀린 떨림 - 자작時調 2020.11.21
의자 / 김상우 의자 자리가 무엇인지 세상에 물어보니 자기가 앉아야 할 위치와 장소라네 안락과 능률의 도구 저 의자가 상징하는 자기가 앉아야 할 자리가 없다는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것과 같다네 의자에 앉는다는 건 제 존재를 밝히는 것 금수저니 은수저니 흙수저니 하더라만 나는 설 자리 없는 손수저 신세였네 저기 저 산나리처럼 변방 한 켠에 비켜서 핀 저무는 가을 공원 벤치에 걸터 앉아 허공에 몸 던지는 낙엽을 바라보네 그 아래 슬픈 내 꿈도 떨어져 흩어지네 물결, 가녀린 떨림 - 자작時調 2020.11.21
송아지 / 김상우 송아지 후덜덜 일어나서 엄마 보고 껌벅껌벅 작은 귀 털어가며 여기는 어디일까? 잘했어! 엄마 목소리 신이나는 송아지 물결, 가녀린 떨림 - 자작時調 2020.10.15
코스모스 / 김상우 코스모스 긴 장대 끝 올려놓은 보라색 칠보 그릇 종일 햇살 한 공기 바람 한 접시 공양하며 손 모은 그 아린 가슴 대우주를 받드네 물결, 가녀린 떨림 - 자작時調 2020.08.09
애기똥풀 / 김상우 애기똥풀 아가야 어서 오렴 귀여운 내 강아지 박복한 어미 만나 서러운 가난치레 그 풍상 어찌 다 잊고 봄빛처럼 웃느냐 호란에 아비 잃고 연거푸 흉년 들어 가혹한 보릿고개 무시로 젖배 곯아 눈물로 어미 손 놓고 저승으로 떠났지 노오란 꽃 매달린 여린 줄기 꺾고 보니 어미의 치마에 눈 생명 앗은 노란 똥물 어여삐 환생한 풀꽃 오뉴월을 울리네 물결, 가녀린 떨림 - 자작時調 2020.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