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 가녀린 떨림 - 자작時調 35

연화산운(蓮華山韻) / 김상우

연화산운(蓮華山韻) 사는 일 곤고하여 고향길 밟는 날은 무슨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니언만 점점 더 주눅이 들어 쳐다보지 못한 선영 달 뜨면 외로움이 함지박 슬픔으로 유년의 괘종소리 쓸어 담다 지쳤는지 적막이 가슴을 돌아 골안개로 덮습니다 돌아와 생각하니 나는 한 척 돛뱁니다 천파만파 일렁이는 세파에 뜬 돛뱁니다 십육 층 베란다 위로 기침소리 울립니다

의자 / 김상우

의자 자리가 무엇인지 세상에 물어보니 자기가 앉아야 할 위치와 장소라네 안락과 능률의 도구 저 의자가 상징하는 자기가 앉아야 할 자리가 없다는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것과 같다네 의자에 앉는다는 건 제 존재를 밝히는 것 금수저니 은수저니 흙수저니 하더라만 나는 설 자리 없는 손수저 신세였네 저기 저 산나리처럼 변방 한 켠에 비켜서 핀 저무는 가을 공원 벤치에 걸터 앉아 허공에 몸 던지는 낙엽을 바라보네 그 아래 슬픈 내 꿈도 떨어져 흩어지네

애기똥풀 / 김상우

애기똥풀 아가야 어서 오렴 귀여운 내 강아지 박복한 어미 만나 서러운 가난치레 그 풍상 어찌 다 잊고 봄빛처럼 웃느냐 호란에 아비 잃고 연거푸 흉년 들어 가혹한 보릿고개 무시로 젖배 곯아 눈물로 어미 손 놓고 저승으로 떠났지 노오란 꽃 매달린 여린 줄기 꺾고 보니 어미의 치마에 눈 생명 앗은 노란 똥물 어여삐 환생한 풀꽃 오뉴월을 울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