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風景 - 자작詩 123

흐르는 江 / 김상우

흐르는 江 이승은 언제나 쓰라린 겨울 바람에 베이는 살갗 홀로 걷는 꿈 前生으로 돌아가는 마음 하나로 고적한 길 눈발 맞으며 걸어가리니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겨울 끝나는 봄녘 햇빛이 되고 여린 거미줄에 맺힌 이슬이 되고 그 이슬에 비치는 민들레 되리 살아 소생하는 모든 것과 죽어 멎어 있는 모든 것에 안타까이 불어 넣는 뜨거운 그 말 아 사랑한다고 비로소 얼음이 풀리면서 건너가는 나룻배 저승에서 이승으로 흐르는 江

나의 설레임에게 / 김상우

나의 설레임에게 흐린 불빛 아래 편지를 쓴다 설레임이여, 오너라 인적 끊긴 성당 묵상에 잠긴 시간의 어둠 속에서 새별 돋듯이 저 그리움의 파도소리 가로지르는 하얀 돛배 밀고 바람처럼 오너라 수척한 낮달처럼 오너라 슴슴한 허공처럼 오너라 산허리 휘감아 이는 안개처럼 오너라 감나무 잎사귀에 미끌어지는 소슬한 가을 달빛처럼, 문득 달빛인 듯 아닌 듯 등불 꺼진 창문 틈새로 스며들어 오너라 어서 오너라!

걸어서 살아갈 수 있는 날 / 김상우

걸어서 살아갈 수 있는 날 눈이 내린다 부서져 허물어진 아무 곳에나 눈이 내린다 흐린 날의 생각이 흔들리는 언덕에 서서 내가 다시 걸어가고자 하는 곳은 사람들이 버리고 떠난 빈 마을 그곳에는 초조한 기다림이 없어서 좋다 비어 있는 것은 세상을 껴안고 울먹이지 않는다 차가운 얼굴, 서글픈 희망 가지지 않아도 되는 걸어서 살아갈 수 있는 날이 다시 나를 더 먼 곳으로 걸어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