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反影) / 김상우 반영(反影) 한 점 바람 숨 딱 멎은 연못 복판 물 속 환하게 불밝힌 집 한 살림 잘 차린 세간살이며 땀내음 비릿한 내음새까지 옴싯옴싯 알토란같은 새끼까지 어찌 어찌 막무가내로 떨구어 버렸나요. 흐르는 風景 - 자작詩 2020.10.01
먼 길 / 김상우 먼 길 먼 길 걸어왔네 먼 길 걸어가야 하네 두고 온 길 위 뒤로한 꿈들, 남의 것 같은 몸을 데리고 절룩이는 저 길 다시 걸어가야 하네 흐르는 風景 - 자작詩 2020.09.20
광장 / 김상우 광장 이제 우리도 떠나자 더 이상 어두워지기 전에 박수도 없는 빈 층계 위로 바람이 불고 불이 꺼진다 쓸쓸히 누군가 은퇴하고 있다 흐르는 風景 - 자작詩 2020.09.05
立冬 / 김상우 立冬 달밤에는 모두가 집을 비운다 잠 못들고 강물이 뜨락까지 밀려와 해바라기 마른 대궁을 흔들고 있다 이 세상 꽃들이 모두 지거든 엽서라도 한 장 보내라던 그대 반은 잠들고 반은 깨어서 지금 쓸려가는 가랑잎 소리나 듣고 살자 나는 수첩에서 그대 주소 한줄을 지운다 흐르는 風景 - 자작詩 2020.09.05
11월 素描 / 김상우 11월 素描 창문은 비좁아도 하늘은 끝간 데 없다 아득한 벌판 끝에서 젊은 사랑과 작별하고 젊은 욕망도 떠나보내고 그대여 시린 비가 내린다 창살 밖에는 젖은 날개 저으며 날아가는 새 한 마리 흐르는 風景 - 자작詩 2020.09.05
독도 . 2 / 김상우 독도 · 2 우리 사이 수수 만만 물결이 가로막지만 물빛보다 푸르른 하늘 아래서 하나로 만날 수 있네 그리움에 목이 메는 그대를 소망이라 하랴 사랑이라 하랴 그래 우리 운명이라 하랴 흐르는 風景 - 자작詩 2020.09.03
저녁 강가에서 / 김상우 저녁 강가에서 헤어진 사랑 바위틈에 피어나는 한 무더기 꽃 달이 되고 별이 되고 더러는 내 소중한 이의 귀밑머리에 무심히 닿는 바람소리 되고 흐르는 風景 - 자작詩 2020.09.02
흐르는 江 / 김상우 흐르는 江 이승은 언제나 쓰라린 겨울 바람에 베이는 살갗 홀로 걷는 꿈 前生으로 돌아가는 마음 하나로 고적한 길 눈발 맞으며 걸어가리니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겨울 끝나는 봄녘 햇빛이 되고 여린 거미줄에 맺힌 이슬이 되고 그 이슬에 비치는 민들레 되리 살아 소생하는 모든 것과 죽어 멎어 있는 모든 것에 안타까이 불어 넣는 뜨거운 그 말 아 사랑한다고 비로소 얼음이 풀리면서 건너가는 나룻배 저승에서 이승으로 흐르는 江 흐르는 風景 - 자작詩 2020.09.02
나의 설레임에게 / 김상우 나의 설레임에게 흐린 불빛 아래 편지를 쓴다 설레임이여, 오너라 인적 끊긴 성당 묵상에 잠긴 시간의 어둠 속에서 새별 돋듯이 저 그리움의 파도소리 가로지르는 하얀 돛배 밀고 바람처럼 오너라 수척한 낮달처럼 오너라 슴슴한 허공처럼 오너라 산허리 휘감아 이는 안개처럼 오너라 감나무 잎사귀에 미끌어지는 소슬한 가을 달빛처럼, 문득 달빛인 듯 아닌 듯 등불 꺼진 창문 틈새로 스며들어 오너라 어서 오너라! 흐르는 風景 - 자작詩 2020.08.17
걸어서 살아갈 수 있는 날 / 김상우 걸어서 살아갈 수 있는 날 눈이 내린다 부서져 허물어진 아무 곳에나 눈이 내린다 흐린 날의 생각이 흔들리는 언덕에 서서 내가 다시 걸어가고자 하는 곳은 사람들이 버리고 떠난 빈 마을 그곳에는 초조한 기다림이 없어서 좋다 비어 있는 것은 세상을 껴안고 울먹이지 않는다 차가운 얼굴, 서글픈 희망 가지지 않아도 되는 걸어서 살아갈 수 있는 날이 다시 나를 더 먼 곳으로 걸어가게 한다 흐르는 風景 - 자작詩 2020.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