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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고등어 / 김순호 - 2017년 4월, 중앙시조백일장 차상

간고등어 판에 박힌 궤적의 물때를 벗고 싶었다 비릿한 아가미로 헛물켜며 나부댄 시간 미망의 물결에 쓸려 지느러미 휘어졌다 바람도 잠든 밤바다 수평으로 뉘어 놓고 물려받은 뼈대 하나 이름을 남기고자 익숙한 물을 버리고 목숨마저 버리고 속을 다 드러내고 소금꽃을 안은 몸 짭짤한 생의 갈피 고소하게 피는 저녁 꽃처럼 잔뼈를 열고 적멸에 드는 고등어

카테고리 없음 2022.09.10

빨래 / 윤애라 - 2017년 4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빨래 바닥일까 더 이상 가라앉지 않는 곳 물의 입에 갇혀서 되새김질 당하고 한 번 더 힘껏 비틀려 허공에 던져지네 찌든 낮 얼룩진 밤 모서리 해진 날도 또 한 번 헹궈내며 다시 한 번 더듬는 길 젖은 몸 바람에 맡긴 채 흔들대며 가고 있네 바닥에서 허공으로 말라가는 저 먼 길 젖은 날 칸칸마다 볕이 드는 오후 세 시 유순한 희망 한 벌이 햇빛 속을 걷고 있네

카테고리 없음 2022.09.10

무박2일-다시 강릉에서 / 최광모 - 2017년 3월, 중앙시조백일장 차상

무박2일 - 다시 강릉에서 쓰린 내 과거는 읽지 못할 흑색이다 행간을 씻은 바다 해맑게 달려와도 만 가지 파도소리에 자꾸 멀미가 난다 짓무른 상처들이 쏟아내는 울음일까 비는 계속 내리고 그칠 줄을 모르고 안개는 아주 덤덤히 제 몸을 핥고 있다 밤과 짧은 동침을 끝마친 몸과 마음 수평선 가물거려 퇴고하지 못했지만 나는 또 푸른 바다를 아침처럼 안는다

카테고리 없음 2022.09.10

까치밥 홍시 / 차용길 - 2017년 2월, 중앙시조백일장 차상

까치밥 홍씨 첩첩이 눈이 쌓인 길 잃은 외딴집에 발 묶인 황소바람 문풍지를 뒤흔들고 냉기가 감도는 방안 꺼져가는 화롯불 암사슴 한 마리가 오롯이 길을 내고 허기진 날갯짓에 파드닥 놀란 대숲 가지에 쌓인 흰 눈발 털어내는 감나무 앞마당 터줏대감 하 늙은 가지에는 제 몸을 얼고 녹인 쪼그라진 홍시 한 알 언 발로 아침을 쪼는 붉은 까치 한 마리

카테고리 없음 2022.09.06

며느리 야채 가게 / 오서윤 - 2017년 1월, 중앙시조백일장 차하

며느리 야채 가게 오가며 눈인사가 오십 년 장사 밑천 붉은 볼 곱던 새색시 어느듯 칠순이다 사람은 한물갔지만 상호는 제철 푸성귀 좌판부터 단골에겐 본전도 남는 장사 억척도 생물이라 뒤적이면 무르는지 버젓한 가게 얻고도 무르팍이 시리다 며느리 없는 며느리 가게냐는 우스개에 미나리 줄기처럼 매끈하던 허리춤이 뱃살만 늘었겠냐고 넉살 좋게 눙친다 큰아들 장가가고 진짜가 나타났다 몸빼바지 며느리 싱싱해요 호객하고 떨이요! 고희 며느리 추임새 절창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2.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