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詩論 : 불화하는 말들 (13-11) / 이성복
이성복 詩論 : 불화하는 말들 (13-11) 101 시의 첫 구절에서 독자를 사로잡아야 해요, 전에 나훈아 기자 회견 하는 것 보셨지요. 도입부에서 분위기를 딱 장악하잖아요. 그 안에 글쓰기의 기술이 다 들어 있어요. 밀고 당기다가, 뒤에 가서 확 뒤집고, 감동으로 끝내기. '기승전결, 할 때, '결(結)' 자에는 실 사(絲) 변이 들어 있지요. 들어갔다가 나올 때는 반드시 홀쳐매야 해요. 102 시는 드리블이에요. 전적으로 말을 몰아가는 거지요. 관념의 방어막을 뚫고 '무의미'의 골대 안으로 말을 차 넣는 거지요. 독자들은 드리블하는 그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거예요. 103 우리는 쓸데없는 짓을 하면서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잘 몰라요. 상식과 고정관념을 벗어나야 하는데, 점점 더 깊이 빠져들어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