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風景 - 자작詩

걸어서 살아갈 수 있는 날 / 김상우

낙동강 파수꾼 2020. 8. 17. 14:06

 

걸어서 살아갈 수 있는 날

 

 

눈이 내린다

부서져 허물어진 아무 곳에나

눈이 내린다

흐린 날의 생각이 흔들리는

언덕에 서서

내가 다시 걸어가고자 하는 곳은

사람들이 버리고 떠난 빈 마을

그곳에는

초조한 기다림이 없어서 좋다

비어 있는 것은

세상을 껴안고 울먹이지 않는다

차가운 얼굴, 서글픈 희망 가지지 않아도 되는

걸어서 살아갈 수 있는 날이

다시 나를 더 먼 곳으로 걸어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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