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네 이발관
가다 서다 헐떡대던 삼색등 숨도 멎고
다 낡은 간판마저 삐뚜름한 회벽 아래
찾는 이 하나 없어도
삐끗 열린 문이 있다.
아무도 여기 와선 발걸음 늦추지 않는다
닳고 닳은 문턱만이 지난 날 증언할 뿐
길 어귀 미용실 불빛만
밤낮으로 왁자한데.
귀에 이는 가위질 소리
손마디 또 저려오고
중동 잘린 기억들이 발밑에 우북하다
되돌아 가기엔 너무
멀리 온 걸 안다는 듯.
결삭은 빗자루마냥 다리 풀린 하루해가
관절염 부추기는 황혼녘의 늦은 귀로
그래도 아침이 되면
저 문 다시 열리겠다.
'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기장 / 강보라 - 2007년 5월, 중앙시조백일장 차하 (0) | 2020.10.24 |
---|---|
나무아파트 / 김용채 - 2007년 5월, 중앙시조백일장 차상 (0) | 2020.10.24 |
깨를 볶으며 / 한수정 - 2007년 4월, 중앙시조백일장 차하 (0) | 2020.10.24 |
봄, 청매실 농원에서 / 홍원경 - 2007년 4월, 중앙시조백일장 차상 (0) | 2020.10.24 |
배꽃을 따며 / 유현주 - 2007년 4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0) | 2020.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