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배꽃을 따며 / 유현주 - 2007년 4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낙동강 파수꾼 2020. 10. 24. 15:50

 

배꽃을 따며

 

 

 

밤사이 달빛 받아 더 여문 배꽃들이

아버지 손끝에서 산채로 지고 있다

어쩌면 저리 사뿐히 가라앉는 것일까

 

소싯적에 느이 오빠 둘, 땅세로 냈더란다

까맣게 잊었다가 이눔의 밭에 오면

하얗게 자지러지는 꽃 울음이 들리거든

 

필 때에 영근 가을 담아왔을 테지만

날 때에 무병장수 빌어주지 않았것냐

오늘은 내가 하늘처럼 바람세를 받는 겨 

 

아버지 지나가면 여남은 꽃잎 중에

하나만 달랑 남아 파르르 떨어도

오늘밤 꽃의 승천이 천지간을 잇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