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일기장 / 강보라 - 2007년 5월, 중앙시조백일장 차하

낙동강 파수꾼 2020. 10. 24. 16:45

 

일기장

 

 

 

밤이면 문 열고 함부로 침범하여

새하얀 나의 뜰을 무례하게 점령하는

삼월의 아지랑이 같이 달뜨는 이야기.

 

혼자만 알고 있는 비밀로 여겼을까

아무도 몰라주는 속내라 여겼을까

밤마다 미주알고주알 적어 둔 이야기.

 

나만은 속속들이 알고 또 알고 있지

어제는 부끄러워 쥐구멍 간 네 비밀

오늘은 자신이 없어 고개 숙인 네 얼굴.

 

모른 척 비밀 안고 벙어리 삶 사는데

재밌는 얘깃거리 적어줄 줄 모르는

철없는 떠꺼머리 같네, 무정한 내 주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