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산문에 기대어 / 송수권

낙동강 파수꾼 2021. 8. 12. 17:05

 

산문에 기대어  /  송수권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오던 것을

더러는 물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山茶花)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

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옴을

 

* 「산문에 기대어」, 문학사상사,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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