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밤눈 / 김광규

낙동강 파수꾼 2021. 7. 31. 10:03

 

밤눈  /  김광규

 

 

 

겨울밤

노천 역에서

전동차를 기다리며 우리는

서로의 집이 되고 싶었다

안으로 들어가

온갖 부끄러움 감출 수 있는

따스한 방이 되고 싶었다

눈이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날이 밝을 때까지 우리는

서로의 바깥이 되고 싶었다

 

* 「좀팽이처럼」, 문학과지성사,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