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우물 / 장예은 - 2009년 9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낙동강 파수꾼 2021. 5. 30. 13:37

 

우물

 

 

 

수압에 갇힌 파문은 환각의 골이 깊다

 

뚫어져라 바라보던 저문 물의 눈빛에

 

손가락 깨물며 젖던 무명고쟁이 꽃무늬들

 

무릎에 들어와 날개 접는 새 한 마리

 

눈물샘 부리에 물고 바동대는 두 다리

 

눈물로 감싼 슬관절 삐걱이는 노 소리

 

흩어지는 밤꽃향내 손톱에 움켜쥐고

 

기억의 골목길을 서성이는 항아리마다

 

한가득 출렁거리며 물 퍼 올리는 두레박

 

혈색에 쫓겨나고 기세에 밀려나고

 

시간에 중독되고 계절에 중독되고

 

약봉지 양손에 들고 시름에 찬 얼굴 하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