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금곡리 소묘 / 정행년 - 2005년 2월, 중앙시조백일장 차하

낙동강 파수꾼 2020. 8. 26. 19:29

 

금곡리 소묘

 

 

돌담장 긴 자락이 멀다고 느껴질 때

그 자리 멈춰 서서 왔던 길 돌아본다

아슬한 저 끄트머리 어서 가라 흔드는 손

 

빠르게 감겼다가 되풀리는 필름 속에

저수지 방죽 위로 얼비치는 주름 영상

등뼈를 곧추 세우며 마른 입술 감쳐 문다

 

수퉁다리 다스려 이슬밭 짚어갈 때

틈새마다 일어서는 물소리 혹은 새소리

스치듯 사라진 물기, 구름허리에 어리네

 

객토처럼 밀려 밀려 뿌리내린 풀씨 하나

저어새 날갯짓에 길을 한껏 잡아끌면

밑받침 다 낡은 일기장, 행간들이 들썩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