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곡리 소묘
돌담장 긴 자락이 멀다고 느껴질 때
그 자리 멈춰 서서 왔던 길 돌아본다
아슬한 저 끄트머리 어서 가라 흔드는 손
빠르게 감겼다가 되풀리는 필름 속에
저수지 방죽 위로 얼비치는 주름 영상
등뼈를 곧추 세우며 마른 입술 감쳐 문다
수퉁다리 다스려 이슬밭 짚어갈 때
틈새마다 일어서는 물소리 혹은 새소리
스치듯 사라진 물기, 구름허리에 어리네
객토처럼 밀려 밀려 뿌리내린 풀씨 하나
저어새 날갯짓에 길을 한껏 잡아끌면
밑받침 다 낡은 일기장, 행간들이 들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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