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아버지의 시간 / 서정택 - 2005년 2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낙동강 파수꾼 2020. 8. 26. 18:58

 

아버지의 시간

 

 

일등중사 계급장을 입김 불어 닦고 계신

아버지의 노안(老顔)에는 검버섯이 한창입니다

풋 냉이 발돋움하며

동구 밖을 보는 시간

 

난생 처음 꺾어든 꽃, 엄니 손에 놓으시고

밤새워 적으셨다는 세로줄의 기인 편지

읽어 줄 임자 없다며

다시 접으십니다

 

상여막을 짐짓 피해 돌아가는 퇴근 길

정갈한 흰 주발에 온 마음을 담습니다

물처럼 드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