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눈* 내리다
칠면초 퉁퉁마디 붉게 피는 갯벌 너머
염색 공장 굴뚝마다 희뿌연 연기 뿜어내고
희미한 섬과 섬 사이 물안개에 뒤덮인다.
숭어떼 튀어 오르는 검푸른 물길 지나
모래펄에 길을 내던 비단고둥 간 데 없고
시화호, 저 세찬 바람, 질펀한 속살 파고든다.
갈대숲 목 쉰 갯가에 널브러진 조개무지
아득한 썰물 넘나든 그 사리포구 눈 내린다.
혀 내민 유년의 바다, 분홍 눈발 날리고.
깍지 낀 거친 물살 방조제 와 부서지고
겨울 한 철 송전탑 위로 새카맣게 날아가는,
도요새 시린 발 끌고 길 밖의 길 떠난다.
* 분홍눈 : 염료 공단의 오염물질이 섞여 내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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