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분홍눈* 내리다 / 조성문 - 2005년 2월, 중앙시조백일장 차상

낙동강 파수꾼 2020. 8. 26. 19:16

 

분홍눈* 내리다

 

 

칠면초 퉁퉁마디 붉게 피는 갯벌 너머

염색 공장 굴뚝마다 희뿌연 연기 뿜어내고

희미한 섬과 섬 사이 물안개에 뒤덮인다.

 

숭어떼 튀어 오르는 검푸른 물길 지나 

모래펄에 길을 내던 비단고둥 간 데 없고

시화호, 저 세찬 바람, 질펀한 속살 파고든다.

 

갈대숲 목 쉰 갯가에 널브러진 조개무지

아득한 썰물 넘나든 그 사리포구 눈 내린다.

혀 내민 유년의 바다, 분홍 눈발 날리고.

 

깍지 낀 거친 물살 방조제 와 부서지고

겨울 한 철 송전탑 위로 새카맣게 날아가는,

도요새 시린 발 끌고 길 밖의 길 떠난다.

 

* 분홍눈 : 염료 공단의 오염물질이 섞여 내리는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