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추억에서 / 박재삼

낙동강 파수꾼 2020. 4. 2. 18:16

 

추억에서

 

 

진주 장터 생어물전에는

바다밑이 깔리는 해다진 어스름을,

 

울엄매의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

빛 발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은전만큼 손 안 닿는 한이던가

울엄매야 울엄매.

 

별밭은 또 그리 멀리

우리 오누이의 머리 맞댄 골방 안 되어

손 시리게 떨던가 손 시리게 떨던가.

 

진주 남강 맑다 해도

신새벽이나 밤빛에 보는 것을,

울엄매의 마음은 어떠했을꼬,

달빛 받은 옹기전의 옹기들같이

말없이 글썽이고 반짝이던 것인가.

 

* <천년의 바람>, 민음사, 1975

 

 

 

 

'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펑튀기 / 김광림  (0) 2020.04.04
0 / 김광림  (0) 2020.04.04
울음이 타는 가을강 / 박재삼  (0) 2020.04.02
나는 유리창을 나라고 생각한다 / 김구용  (0) 2020.04.01
북치는 소년 / 김종삼  (0) 2020.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