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울음이 타는 가을강 / 박재삼

낙동강 파수꾼 2020. 4. 2. 18:04

 

울음이 타는 가을강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겄네.

 

저것 봐, 저것 봐,

네 보담도 내 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죽은 가을강을 처음 보겄네.

 

* <천년의 바람>, 민음사,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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