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詩論 : 불화하는 말들 (13-8) 71 시는 쓰는 사람에게 있지 않고, 전적으로 '말'에 있어요. 돌을 실에 묶어 빙글빙글 돌리다 보면 어느 순간, 돌이 도는 힘으로 팔이 움직이게 돼요. 그 느낌으로 글을 쓰세요. 늘 드는 비유지만, 외양간에서 소를 끌어낸 다음 앞세우고 밭으로 가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72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어떤 제목이 주어져도 쓸 수 있도록 하세요. 여러 번 그렇게 하고 나면 쉬워져요. 언어의 소리와 빛깔에 민감해지도록 하세요. 항상 낯선 데로, 어려운 데로, 모르는 데로 향하세요. 글을 쓴다는 건 말을 사랑하는 거예요. 작가는 말이 제 할 일을 하도록 돌보는 사람이에요. 글은 내 몸을 빌려 태어나는 것이지 내가 만드는 게 아니에요. 73 시는 전적으로 말의 일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