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야채 가게 / 오서윤 - 2017년 1월, 중앙시조백일장 차하 며느리 야채 가게 오가며 눈인사가 오십 년 장사 밑천 붉은 볼 곱던 새색시 어느듯 칠순이다 사람은 한물갔지만 상호는 제철 푸성귀 좌판부터 단골에겐 본전도 남는 장사 억척도 생물이라 뒤적이면 무르는지 버젓한 가게 얻고도 무르팍이 시리다 며느리 없는 며느리 가게냐는 우스개에 미나리 줄기처럼 매끈하던 허리춤이 뱃살만 늘었겠냐고 넉살 좋게 눙친다 큰아들 장가가고 진짜가 나타났다 몸빼바지 며느리 싱싱해요 호객하고 떨이요! 고희 며느리 추임새 절창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2.09.06
목욕 / 이순화 - 2017년 1월, 중앙시조백일장 차상 목욕 이태리 타올로도 밀지 못할 삶의 흔적 두렷이 남아 있는 이랑진 몸을 본다 제 몸의 물기만으로 싹을 키운 감자 같은 행여나 아플세라 어린 나를 씻기시듯 바스스 부서질까 살그레 애만진다 지금껏 내가 파먹어 아모리진 봉오리 여자도 어머니도 모두 다 내려놓은 한때는 단물 솟고 향내 나던 앞섶에 가지 빛 마른 꽃송이 거품 속에 다시 핀다. 카테고리 없음 2022.09.06
복권 / 정민석 - 2017년 1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복권 남구로역 인력시장 타닥타닥 이는 불꽃 눈총은 무시한 채 좁은 자리 끼어들어 모둠발 동동거리며 한겨울을 추스른다 굳은살 박힌 손이 조금씩은 데워질까 곁불에 빙 둘러서 마음 죄는 새 이웃들 호명된 이름 석 자가 텅 빈 속을 달랜다 막노동도 당첨돼야 누려보는 행운인가 봉고차에 나뉘어 뚫고 가는 새벽어둠 오늘은 어디로 가서 못을 힘껏 두드리나 카테고리 없음 2022.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