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술 한 양동이 쏟아지는 소리로
새벽은 깨어나기 시작했다
맨발로 바람을 맞으며 어머니는
대빗자루 허리 휘도록 어둠을 쓸어다가
아궁이에 불을 지피신다
살자면 누구나 이슬이라고
굴뚝을 빠져나가는 어둠 지켜보시며
새벽엔 장끼가 우는 게 아니라고
잃어버린 행장을 덤으로 묶어서
국 솥 시래기로 넣으신다
홰치는 수탉의 울음을 집어내어
시간의 삼(麻)줄에 꿰시는 어머니는
하얗게 센 머리카락 언저리를
물젖은 손으로 매만지시며
이런 새벽엔 바람 불어도
아무리 바람 불어도 가시가 없다고
살자면 모두가 이슬이라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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