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風景 - 자작詩

새벽 / 김상우

낙동강 파수꾼 2020. 2. 24. 22:15

 

새벽

 

 

술 한 양동이 쏟아지는 소리로

새벽은 깨어나기 시작했다

맨발로 바람을 맞으며 어머니는

대빗자루 허리 휘도록 어둠을 쓸어다가

아궁이에 불을 지피신다

살자면 누구나 이슬이라고

굴뚝을 빠져나가는 어둠 지켜보시며

새벽엔 장끼가 우는 게 아니라고

잃어버린 행장을 덤으로 묶어서

국 솥 시래기로 넣으신다

홰치는 수탉의 울음을 집어내어

시간의 삼(麻)줄에 꿰시는 어머니는

하얗게 센 머리카락 언저리를

물젖은 손으로 매만지시며

이런 새벽엔 바람 불어도

아무리 바람 불어도 가시가 없다고

살자면 모두가 이슬이라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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