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風景 - 자작詩

점등 / 김상우

낙동강 파수꾼 2020. 2. 24. 22:38

 

점등

 

 

상심한 내 사랑이 잠 못 들고 있을 때 

강물이 한 음씩 저 도시를 지울 때

깊은 나무들이 마음 비워내고 설 때

내 슬픔은 저만의 출렁임으로 숲을 흔든다

 

누이의 얼굴이 살아 내 땅에 표백되면

가을 은행나무 아래 나의 뼈와 살이

보잘 것 없는 물이 된다는

이 믿음의 뿌리를 그대는 모른다

 

부끄러운 목숨 하나 데리고 곁에 따라 눕는

모래바다를 건너와

비로소 허물을 벗는 바람아

더러는 지난 밤 머리맡에서

편지 읽던 목소리로 돌아와 다오

내가 앓던 홍역의 골방으로 돌아와

어머니의 물레소리로 울어다오

 

이승과 저승 간에 은은히 밝아

내 영혼 손잡아 줄 저 등불은

어느 천지 간에 등불대로 앓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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