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등
상심한 내 사랑이 잠 못 들고 있을 때
강물이 한 음씩 저 도시를 지울 때
깊은 나무들이 마음 비워내고 설 때
내 슬픔은 저만의 출렁임으로 숲을 흔든다
누이의 얼굴이 살아 내 땅에 표백되면
가을 은행나무 아래 나의 뼈와 살이
보잘 것 없는 물이 된다는
이 믿음의 뿌리를 그대는 모른다
부끄러운 목숨 하나 데리고 곁에 따라 눕는
모래바다를 건너와
비로소 허물을 벗는 바람아
더러는 지난 밤 머리맡에서
편지 읽던 목소리로 돌아와 다오
내가 앓던 홍역의 골방으로 돌아와
어머니의 물레소리로 울어다오
이승과 저승 간에 은은히 밝아
내 영혼 손잡아 줄 저 등불은
어느 천지 간에 등불대로 앓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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