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默示)
눈을 감아 보아라
억만 가지 사념도 잠들이고
억만 가지 소리도 들리잖게 하거라
네가 자연인 것도 잊으며
네가 우주의 한 점인 것도 잊거라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리더냐
바람에 네가 흔들렸더냐
네 마음에 스친
거울 깨지는 소리
네가 무너지는 소리
이제금 네가 보느냐
네가 꾸던 꿈
네가 미쳐가던 소리를
먼 길 돌아 다시 앉은 날
네 낡은 의자에 기대어도 보거라
너는 흙도 신의 입김도 아니다
그의 뼈도 구속도
아메바도 백지도 아니다
들에 버려진 채 피어있는 한 포기 엉겅퀴다
바람을 보면 바람이요 아니요
천둥이 울면 천둥이고 아니다
너는 형체도 고통도 없이
흐름과 정지의 통로에 서 있다
네 믿음이 영감을 넘어
실체로 숨쉬며 살 때
흔들리는 자여
너는 벌써 한 떨기 꽃이다
'흐르는 風景 - 자작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듭나기 / 김상우 (0) | 2020.02.25 |
---|---|
흔들리는 초상 / 김상우 (0) | 2020.02.25 |
점등 / 김상우 (0) | 2020.02.24 |
새벽 / 김상우 (0) | 2020.02.24 |
아버지의 그늘 / 김상우 (0) | 2020.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