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風景 - 자작詩

묵시(默示) / 김상우

낙동강 파수꾼 2020. 2. 24. 23:08

 

묵시(默示)

 

 

눈을 감아 보아라

억만 가지 사념도 잠들이고

억만 가지 소리도 들리잖게 하거라

네가 자연인 것도 잊으며

네가 우주의 한 점인 것도 잊거라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리더냐

바람에 네가 흔들렸더냐

네 마음에 스친

거울 깨지는 소리

네가 무너지는 소리

 

이제금 네가 보느냐

네가 꾸던 꿈

네가 미쳐가던 소리를

먼 길 돌아 다시 앉은 날

네 낡은 의자에 기대어도 보거라

 

너는 흙도 신의 입김도 아니다

그의 뼈도 구속도

아메바도 백지도 아니다

들에 버려진 채 피어있는 한 포기 엉겅퀴다

 

바람을 보면 바람이요 아니요

천둥이 울면 천둥이고 아니다

너는 형체도 고통도 없이

흐름과 정지의 통로에 서 있다

 

네 믿음이 영감을 넘어

실체로 숨쉬며 살 때

흔들리는 자여

너는 벌써 한 떨기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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