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양파를 까면서 / 유선철 - 2009년 1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낙동강 파수꾼 2021. 4. 11. 09:09

 

양파를 까면서

 

 

 

안으로 내려가면 또 다른 문이 있다

내 속에 있으면서 겹겹이 저를 숨긴

눈처럼 하얀 깃털의 새 한 마리 울고 있다

 

시간의 빈틈으로 사각사각 여문 꿈을

보드라운 속살 사이 책갈피로 접어두면

어느새 바람이 일어 발목을 휘감는데

 

사는 건 매운 거다 눈시울 붉혀가며

허접스런 욕망들을 한두 겹 벗겨내면

말갛게 동심원 그리며 섬 하나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