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외줄 - 유리창 닦기 / 신종범 - 2004년 6월, 중앙시조백일장 차상

낙동강 파수꾼 2020. 8. 12. 17:59

 

외줄 - 유리창 닦기

 

 

무한의 허공을 거미처럼 내려와서

한 가닥 밧줄에 생명을 저당 잡히고

몸으로 세상을 닦는다

마음까지 환하라고

 

대명천지 밝은 날에 까막까막 등불 켜고

외줄에 감겨드는 이승의 삶 풀어내며

무리진 흔적을 모아

깨끗하게 훔쳐낸다

 

따가운 햇살마저 두 손으로 당겨서

흐린 생 트이라고 이제는 맑아지라고

나부시 지운 길들이

반짝이며 부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