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그 그늘의 언어
도서관 열람실, 살풋 그만 잠들었다
나보다 오랫동안 걸어온 나무들
말없이 뿌리내리고 꽂혀있는 열대정글
바닥에 떨어져 말라 가는 줄기들은
쓸쓸한 몸짓으로 유혹하며 말한다
이제는 불타 사라질 시간이 되었어
검색대 옆에는 임꺽정이 서있고
책상 옆을 스쳐 가는 황진이의 치맛자락
선죽교 철퇴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타는 것은 재가 되어 하늘로 오르는가
빙하 속의 물고기가 태양을 본 것처럼
책 속의 길을 따라서 이제 돌아 가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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