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낙동강 파수꾼 2020. 5. 24. 17:16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 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덮은 쇠 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 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아침 저녁

네 머리 위 쇠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모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 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고대문화」, 1969. 5 ; 「신동엽 전집」, 창작과비평사,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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