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원추리 / 신동엽

낙동강 파수꾼 2020. 5. 24. 16:57

 

원추리

 

 

톡 톡

투드려 보았다.

 

숲 속에서

자라난 꽃 대가리.

 

맑은 아침

오래도

마셨으리.

 

비단 자락 밑에

살 냄새야,

 

톡 톡

투드리면

먼 상고(上古)까장 울린다

 

춤추던 사람이여

토장국 냄새.

 

이슬 먹은 세월이여

보리 타작 소리.

 

톡 톡

투드려 보았다.

 

삼한(三韓)적

맑은 대가리.

 

산 가시내

사랑, 다

보았으리.

 

* 「아사녀」, 문학사, 1963 ; 「신동엽 전집」, 창작과비평사, 1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