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사에서
속을 비워 가벼워진 목어(木魚) 한 마리가
사리인 듯 연꽃잎에 은구슬을 빚는 나절
날렵한 산 제비 두엇 맞배지붕 차고 난다.
백팔 계단 올라서면 내림길은 더 버거워
발자국도 짐이 되어 개울물에 흘리면서
내 안의 거스러미를 화두로 집어낸다.
일주문을 벗어나면 또 다른 사바인가
울울한 숲 너른 하늘 여백으로 틔워놓고
삼생을 점으로 찍어 화폭에 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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