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빗속에서 모래재를 넘는다 / 손영희 - 2002년 6월, 중앙시조백일장 차상

낙동강 파수꾼 2020. 4. 27. 17:33

 

빗속에서 모래재를 넘는다

 

 

굵은 비 내리는 팔백 고지의 모래재

어딜 가느냐, 푸른 번개 길을 막아서는

일상의 권태로움이 제길을 벗어난다

 

타이르며 혼자 넘는 서러운 여름 오후를

아슬하게 비껴 가는 생의 고빗길에서

몸 속의 관절을 빠져 나오는 윤활유를 점검한다

 

숨 헐떡이며 올라가면 밀고온 돌 다시 놓여

불면의 불을 켜는 시지프스의 내리막길이

경고등 무시하면서 가속 페달을 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