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입춘 근처 / 김영완 - 2002년 2월, 중앙시조백일장 차상

낙동강 파수꾼 2020. 4. 23. 17:12

 

입춘 근처

 

 

눈 속에 길을 잃고 헤매다 눈을 뜨니

누군가 창 밖에서 `길이 있다` 부르는 소리

가만히 창문을 여니 어둠을 적시는 비

 

가등이 긴 이빨로 어둠을 갉아 내고

뼈만 남은 나무들이 수군대며 일어서서

눈 속에 지워진 길을 주섬주섬 챙기는 밤

 

얼었던 목숨들이 빗소리에 길을 열고

조금씩 길을 내며 겨울을 건너가는

늦은 밤 발자욱 소리, 잠 못 드는 입춘 근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