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근처
눈 속에 길을 잃고 헤매다 눈을 뜨니
누군가 창 밖에서 `길이 있다` 부르는 소리
가만히 창문을 여니 어둠을 적시는 비
가등이 긴 이빨로 어둠을 갉아 내고
뼈만 남은 나무들이 수군대며 일어서서
눈 속에 지워진 길을 주섬주섬 챙기는 밤
얼었던 목숨들이 빗소리에 길을 열고
조금씩 길을 내며 겨울을 건너가는
늦은 밤 발자욱 소리, 잠 못 드는 입춘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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