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지의 밤
아파트도 멀리서 보면 원고지로 보였을까
원고지라 발음하니 왜 고치가 떠올랐을까
빈 곳에 몸을 숨기는 사람들의 오랜 습성
닿지 못한 말들처럼 듬성듬성 불빛들은
날개가 돋기 직전 상형문자 같아 보인다
고치 속 채우지 못한 이웃들을 생각한다
나비의 유충처럼 웅크린 계절의 한 때
창문마다 침묵들이 그늘을 키워내고
불 꺼진 말줄임표로 사연들이 숨어 있다
누군가를 향해가는 불빛이라도 좋으련만
원고지와 아파트는 인기척을 기다린다
햇살이 날아간 자리 폐허가 숨을 쉰다
'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승달 / 박화남 - 2014년 7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0) | 2021.10.16 |
---|---|
따비논 / 경대호 - 2014년 6월, 중앙시조백일장 차하 (0) | 2021.10.16 |
술래, 애기똥풀의 여름 / 유순덕 - 2014년 6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0) | 2021.10.16 |
민달팽이 / 남정률 - 2014년 5월, 중앙시조백일장 차하 (0) | 2021.10.11 |
모슬포 자리물회 / 장영심 - 2014년 5월, 중앙시조백일장 차상 (0) | 2021.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