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의 계보
아버지 탈상 치른 죽령 옛길 중턱에서
눈앞조차 분간 못하는 눈 폭탄에 갇히다.
봄볕도 차들도 모두 산을 넘지 못하고.
탈구된 기둥뿌리 야윈 계보 짊어지고
까마득한 벼랑 밑을 어지러이 한눈팔다
가풀막 가속을 풀고 운전대를 부여잡다.
얼음 박힌 시간들이 골반 옆에 웅크리고
에움길 주막 지나 덜컹대는 한 생명이
휑하니 텅 빈 쉼터에 지친 몸을 누이는가.
집 한 채 겨우 세워 길을 내는 첫걸음에
결기 어린 땀방울이 성에로 피어날 때
긴 겨울 밟고 오르는 관절들이 숨 가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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