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두는 남자 / 김샴
쉰다섯의 전장까지 판판이 패자였다
실패한 한 중년의 마지막 한 판 승부
밀리면 더 갈 곳 없는 종점에 서 있었다
이겨도 얻어내는 전리품은 없었지만
함몰된 눈알 가득 불꽃들 살아 튄다
세상에 남길 유흔이 살아있는 눈빛이듯
마지막 외퉁수가 비수로 남았을 때
찌르지 못한다면 찔려야 했었기에
파르르 손이 떨리던 일대기가 끝났다
여름옷 입은 채로 한 겨울에 발굴됐다
바둑 두는 남자의 노숙터 부장품은
살아서 빛나던 한때 아버지란 칼 한 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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