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오래된 시장 골목 / 박명숙 - 2013년, 중앙시조백일장 좋은 시조 대상

낙동강 파수꾼 2021. 8. 23. 18:28

 

오래된 시장 골목  /  박명숙

 

 

 

누구는 호객하고 누구는 돈을 세는

양미간이 팽팽한 노점 앞을 지나는데

꽃집의 늦은 철쭉이 여벌옷처럼 펄럭인다

가끔씩 여벌처럼 세상에 내걸려서

붐비는 풍문에나 펄럭대는 내 삶도

마음이 지는 쪽으로 해가 지듯, 저물것인가

퍼붓는 햇살까지 덤으로 얹어놓아도

재고로만 남아도는 오래된 간판들을

쓸쓸히 곁 눈 거두며 지나는 정오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