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이슬방울 / 이태수

낙동강 파수꾼 2021. 7. 26. 17:47

 

이슬방울  /  이태수

 

 

 

풀잎에 맺혀 글썽이는 이슬방울

위에 뛰어내리는 햇살

위에 포개어지는 새소리, 위에

아득한 허공.

 

그 아래 구겨지는 구름 몇 조각

아래 몸을 비트는 소나무들

아래 무덤덤 앉아 있는 바위, 아래

자꾸만 작아지는 나.

 

허공에 떠도는 구름과

소나무 가지에 매달리는 새소리,

햇살들이 곤두박질하는 바위 위 풀잎에

내가 글썽이며 맺혀 있는 이슬방울.

 

* 「이슬방울 또는 얼음꽃」, 문학과지성사,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