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별의 생애 / 이동순

낙동강 파수꾼 2021. 7. 18. 16:32

 

별의 생애  /  이동순

 

 

 

바람 속에 태어난

저 어린 별은

제 어미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오늘도 캄캄한 우주 벌판에서 외롭게 반짝인다

어린 별이 땅 위의

가난한 나라 아이들과 밤새도록

서로 눈 맞추고 용기와 희망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신의 한 생을 살아온

늙은 별은

흐뭇한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다

우주의 한쪽 구석에서

혼자 조용한 임종을 맞이한다

자욱한 눈보라 속으로 터벅터벅 걸어가서

영영 되돌아오지 않는

저 북극 에스키모 노인처럼

 

* 「아름다운 순간」, 문학사상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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