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혀, 말미잘 같은 / 민경자 - 2009년 11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낙동강 파수꾼 2021. 6. 6. 10:23

 

혀, 말미잘 같은

 

 

 

팽팽한 근육질에 독을 품은 돌기 안고

날름날름 집어삼킨다, 설익은 풍문들을

세 치 혀 마수에 걸려 소리들이 넘어진다

 

때로는 칼날 세워 목덜미를 겨누다가

반 뼘도 안 되는 게 한 생을 쥐락펴락

누구도 함부로 못할 그 아비는 지옥 불

 

벌렸다 오므렸다, 한 구멍에 들락날락

피 비린 배설물이 입술 타고 흘러간다

말미잘 입질을 따라 붉은 꽃잎 찰랑이듯

 

입 닫고 잘근잘근 혓바닥을 씹어볼까

문지기 보초를 세워 근신을 명해볼까

내 것이 내 것이 아닌 괴물과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