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언덕 / 오영민 - 2009년 3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낙동강 파수꾼 2021. 4. 18. 12:51

 

언덕

 

 

 

가만히 불러보면 일어나서 올 것 같은

용강리 64번지 언덕배기 섬돌에는

 

어머니 구부정해진

닳은 구두 놓여 있다

 

빳밧하던 신발 바닥 깎아 먹은 모진 길

그 시간 못이 되어 생채기에 박혔는데

 

얇아진 구두 뒷굽이

언덕을 또 낳았다

 

내 미처 그때는 뜨거운 줄 몰랐지만

뙤약볕에 나앉은 아이 등을 볼 적마다

 

저 등이 내가 넘어야 할

언덕임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