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風景 - 자작詩

관통 / 김상우

낙동강 파수꾼 2020. 3. 1. 11:59

 

관통

 

 

쑥덕쑥덕 자라나는 소나무들 좀 봐

시체의 달콤한 무기질 맛을 잘도 빨아들였나

뾰족한 잎들 위로 풍성하게 엉덩이 걸쳐 타오르는 인광

땅 속 인간의 실핏줄 사이로 수액의 빨판을 심어놓았을

저 자랑스런 동작들이랑

아아, 오랫동안 비어 있는 허묘(虛墓)에 들어가

잔뜩 웅크리고 앉아

들이킬 수 없는 잠을 청하고 싶어

마침내 들어가고 싶다 들어가서

손 뻗치는 수액의 살결에 화들짝 놀래기도 하다가

손가락끼리 서로 맞대어보다가

그냥 시키는 대로 누워

누워서 뒤척뒤척거리다가

몸 한 귀퉁이로 부드럽게 뚫고 들어오는

나무의 몸뚱이를 느껴보고 싶다

울퉁불퉁한 나무의 옷 속으로 손 밀어넣어서

환하게 흐르는 뿌리들 스다듬고 싶다

내 몸 막힌 혈관을 툭툭 치며 관통하는 수액의 물줄기 따라

근질근질한 뿌리들이

오고 있다 저기, 부채 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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