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절벽 / 이상

낙동강 파수꾼 2020. 2. 29. 16:37

 

절벽

 

 

   꽃이보이지않는다. 꽃이향기롭다. 향기가만개한다. 나는거기묘혈을판다. 묘

혈도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속에나는들어앉는다. 나는눕는다. 또꽃이향

기롭다. 꽃은보이지않는다. 향기가만개한다. 나는잊어버리고재차거기묘혈을판

다. 묘혈은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로나는꽃을깜박잊어버리고들어간다.

나는정말눕는다. 아아. 꽃이또향기롭다. 보이지도않는꽃이-보이지도않는꽃이.

 

* 조선일보, 1936. 10. 6 ;  <정본 이상문학전집-01. 詩>, 소명출판,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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