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浮屠)
죽으면 어디 강진만 갈밭쯤에나 가서
육괴(肉塊)는 벗어서
시장한 갯지렁이 시궁쥐들의 뱃속이나
소문없이 채워주고
그래도 남는 것이 있으면
찬 뼈 두 낱 정도로 견디다가
언젠가는
그것도 다아
이름없는 불개미떼나 미물들에게
툭툭 털어
벗어줄 일이지
쇠막대 울 앞
애꿎은 시누대들만 수척한 띠풀들 사이 끌려나와서
새파랗게 여우눈 맞고 있다.
* 「홍신선 시전집」, 산맥출판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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