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문틈에 끼어 있는 마른 꽃잎 몇 송이
며칠 째 아린 마음 갉아내지 못하고
거칠게 내리는 빗속을 한 달음에 뛰어본다
잘게 부순 절망들을 하나 둘 펼쳐놓고
기억 틀에 갇힌 꽃잎 한 올씩 뽑고 싶다
어쩌다 틈새에 걸린 빗방울을 털어내며
그래도 휘인 가슴 손끝이 시려온다
막다른 길 가에 벗어 던진 슬픔 몇 점
꼿꼿이 두 발로 선 황토빛 무게 같은
아픈 자리 버적대던 아슬한 터널의 끝
저만치 열려있는 말간 시간 깊숙이
어느 새 코끝이 찡한 빛살 하나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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