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꽃 핀 날
사과 한 알
손바닥에 올려놓고
빛 고운 살결에
선뜻 입술 대지 못하는 봄
꽃 핀 날 더듬어
눈감은 부석사를 찾았다
삐이걱 不二門을 열고
진흙 묻은 맨발 디밀었는데
객도 없이 독경소리 활짝 피었다
컴컴한 촛불 옆
사과 한 알 덩그러니 놓인 법당
짙은 향내 범종을 울리고 있다
누구 손을 잡았던가
불현듯 마음 속 불길 일어 그만
아득한 계곡으로 떨어졌는데
꽃잎 같은 당신 손엔
한 알 풋사과, 내가 누워 있었다
천진난만
당신과 벌거숭이로 놀았던
몸의 흔적 속
울긋불긋 화사(花蛇) 하나 스며드는
四月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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