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風景 - 자작詩

사과꽃 핀 날 / 김상우

낙동강 파수꾼 2020. 5. 4. 14:11

 

사과꽃 핀 날

 

 

사과 한 알

손바닥에 올려놓고

빛 고운 살결에

선뜻 입술 대지 못하는 봄

꽃 핀 날 더듬어

눈감은 부석사를 찾았다

 

삐이걱 不二門을 열고

진흙 묻은 맨발 디밀었는데

객도 없이 독경소리 활짝 피었다

컴컴한 촛불 옆

사과 한 알 덩그러니 놓인 법당

짙은 향내 범종을 울리고 있다

 

누구 손을 잡았던가

불현듯 마음 속 불길 일어 그만

아득한 계곡으로 떨어졌는데

꽃잎 같은 당신 손엔

한 알 풋사과, 내가 누워 있었

 

천진난만 

당신과 벌거숭이로 놀았

몸의 흔적 속

울긋불긋 화사(花蛇) 하나 스며드는

四月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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