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꽃을 위한 서시 / 김춘수

낙동강 파수꾼 2020. 3. 26. 17:14

 

꽃을 위한 서시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

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될 것이다.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여.

 

* <꽃의 소묘>, 백자사, 1959 ;  <김춘수 전집>, 현대문학,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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