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나의 사전엔 / 홍윤숙

낙동강 파수꾼 2020. 3. 25. 18:18

 

나의 사전엔

- 약력 6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았다

꿈꾸는 것은 뒷모습뿐이었다

나의 사전엔

그럼에도 기다리고 꿈꾸는 일만이

지상의 숙제, 살아가는 의미라고

사람들은 다투어 뿔뿔이 길을 떠났다

청솔가지 한 짐씩 가슴에 분지르며

온 밤 식은 땀 흘리며

자라지 않는 꿈 가위 눌리며

무거운 등짐 지고 넘어간 산을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올 길은 처음부터 없었다

이윽고 빈 집에 백발이 되어버린

기다림 혼자

창가에 먼지 쓰고 늙어갔다

끝내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았고

꿈꾸는 것은 뒷모습뿐이었

나의 사전엔

 

* <경의선 보통열차>, 문학세계사, 1989 ;  <홍윤숙 시전집>, 시와시학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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