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새 / 박남수

낙동강 파수꾼 2020. 3. 15. 14:25

 

 

 

1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쭉지에 파묻고

다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다.

 

3

-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 <새의 암장>, 문원사, 1970 ;  <박남수 전집 1>, 한양대학교 출판원, 1998

 

 

 

 

'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산도(靑山道) / 박두진  (0) 2020.03.15
종소리 / 박남수  (0) 2020.03.15
청자부(靑磁賦) / 김상옥  (0) 2020.03.15
동천(冬天) / 서정주  (0) 2020.03.09
화사(花蛇) / 서정주  (0) 2020.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