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부(靑磁賦)
보면 깨끔하고 만지면 매촐하고
신(神)거러운 손아귀에 한줌 흙이 주물러져
천년 전 봄은 그대로 가시지도 않았네.
휘넝청 버들가지 포롬히 어린 빛이
눈물 고인 눈으로 보는 듯 연연하고
몇 포기 난초 그늘에 물오리가 두둥실!
고려의 개인 하늘 호심(湖心)에 잠겨 있고
수그린 꽃송이도 향내 곧 풍기거니
두 날개 향수를 접고 울어볼 줄 모르네.
붓끝으로 꼭 찍은 오리 너 눈동자엔
풍안(風眼)테 너머 보는 한아버지 입초리로
말없이 머금어 웃던 그 모습이 보이리.
어깨 벌숨하고 목잡이 오무속하고
요리조리 어루만지면 따사론 임의 손길
천년을 흐른 오늘에 상기 아니 식었네.
* <초적(草笛)>, 수향서헌, 1947 ; <김상옥 시선집>, 창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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