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청자부(靑磁賦) / 김상옥

낙동강 파수꾼 2020. 3. 15. 14:08

 

청자부(靑磁賦)

 

 

보면 깨끔하고 만지면 매촐하고

신(神)거러운 손아귀에 한줌 흙이 주물러져

천년 전 봄은 그대로 가시지도 않았네.

 

휘넝청 버들가지 포롬히 어린 빛이

눈물 고인 눈으로 보는 듯 연연하고

몇 포기 난초 그늘에 물오리가 두둥실!

 

고려의 개인 하늘 호심(湖心)에 잠겨 있고

수그린 꽃송이도 향내 곧 풍기거니

두 날개 향수를 접고 울어볼 줄 모르네.

 

붓끝으로 꼭 찍은 오리 너 눈동자엔

풍안(風眼)테 너머 보는 한아버지 입초리로

말없이 머금어 웃던 그 모습이 보이리.

 

어깨 벌숨하고 목잡이 오무속하고

요리조리 어루만지면 따사론 임의 손길

천년을 흐른 오늘에 상기 아니 식었네.

 

* <초적(草笛)>, 수향서헌, 1947 ;  <김상옥 시선집>, 창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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