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아버지의 솟대 / 최세희 - 2011년 6월, 중앙시조백일장 차상

낙동강 파수꾼 2021. 7. 29. 10:43

 

아버지의 솟대

 

 

 

짭조름 울음 먹여 흥건히 젖은 솟대

부황기 깊어져도 한 자리만 지킨 고집

그리움 오롯이 빚어 북녘 향해 앉았나

 

비 오면 지우산 씌워 자늑자늑 보듬어도

부리마저 뭉그러져 울지도 못하던 새

적십자 한 통 전화에 퍼드득, 날개쳤다

 

"이 시계 큰아버지래 주셨지 않았습니까"

학도병 끌려갈 때 채워준 그 시계 아닌가

아우를 똑 닮은 조카 첫 만남도 낯이 익다

 

노을빛 타고 뼈마디로 스며드는 아우 온기

아른아른 멀어진 조카 꿈속에도 눈에 밟혀

60년 멈춰진 시계 느적느적 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