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슈퍼 김씨
C상가 끄트머리 미니슈퍼 주인 김씨는
막걸리 달빛 띄워 가슴으로 들이켜고
다 못 쓴 일기 한 장씩 새벽별에 걸어둔다
마누라 손맛 담긴 바지락 국 한 그릇은
몇 년 전 떠나버린 신기루와 같은 기억
명치 끝 박힌 우물에 삼킨 말이 고인다
매일 밤 잠들지 않는 한 집 건너 편의점엔
출입문 달린 방울 제 목청껏 울어대는가
홀로 선 가게 마루에 먼지 쌓인 몽타주뿐
귀 떨어진 소파 위로 노루잠을 흩어놓고
새벽의 가장자리를 멍석처럼 말고 있다
너절한 옷깃 사이로 안개구름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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