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멀리까지 보이는 날 / 나태주

낙동강 파수꾼 2021. 5. 9. 13:29

 

멀리까지 보이는 날

 

 

 

숨을 들이쉰다

초록의 들판 끝 미루나무

한 그루가 끌려들어온다

 

숨을 더욱 깊이 들이쉰다

미루나무 잎새에 반짝이는

햇빛이 들어오고 사르락 사르락

작은 바다 물결 소리까지

끌려들어온다

 

숨을 내어 쉰다

뻐꾸기 울음소리

꾀꼬리 울음소리가

쓸려 나아간다

 

숨을 더욱 멀리 내어쉰다

마을 하나 비 맞아 우거진

봉숭아꽃나무 수풀까지

쓸려 나아가고 조그만 산 하나

다가와 우뚝 선다

 

산 위에 두둥실 떠 있는

흰 구름, 저 녀석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몸 안에서

뛰어 놀던 바로 그 숨결이다.

 

* 「슬픔에 손목 잡혀」, 시와시학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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